박근혜 대통령이 K 스포츠, 미르 재단 모금을 직접 지시, 독려하고 또 재벌들과 독대하여 '팔을 비틀어' 출연을 압박했다는 보도들을 보면 대통령이 호랑이인 것 같다. 실제로 그럴까? 삼성은 총 수백억 원을 최순실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 관련 비용과 두 재단에 출연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주어 이재용의 세습을 지원하면서 약 8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했다. 이게 우연한 일일까?
이번주 월요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략적으로 개헌 이야기를 꺼냈다가 하루도 안되어 '최순실' 사태로 쑥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권 임기내의 개헌은 추진되어서는 안 되지만, 차기 정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때 개헌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개헌의 절차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주권자인 시민들이 참여하는 개헌 논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국가비상사태의 최대 책임은 당연히 박근혜에게 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큰 정치적, 윤리적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다. 새누리당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박근혜와의 결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새누리당의 정치적, 윤리적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를 알았다면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몰랐다면 자신들이 누구를 모시는지조차 몰랐다는 무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 노무현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에 대해 박근혜는 "참 나쁜 대통령이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국민이 불행하다"라고 질타 한 바 있다. 박근혜가 노무현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박근혜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정부도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녹조의 창궐을 불러왔다. 이번 정부도 창조경제를 한다면서 미르 재단이며 K 스포츠 재단을 속도전을 밀어붙이더라.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게 탈이다.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삽질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잠시 삽질을 멈추고 숨을 돌리는 게 낫다. 쉬운 해고와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에게 권하노니, 부디 휴식을 좀 취하시라. 그대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게 탈이다.